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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아트센터 무대감독 인터뷰 시리즈 ‘무대 뒤 사람들’

서동권 무대감독, 막을 올리는 것부터 모든 기계를 운용하는 공연장의 파일럿


(뉴스핏 = 박선화 기자) 관객과 마주한 무대 위는 아니지만, 그날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무대 뒤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분야별 무대감독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 인터뷰는 서동권 기계감독이다. 서동권 기계감독이 경기아트센터에서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기아트센터 무대기술팀 기계감독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는 약 100기의 조작 기기가 있다. 공연 때 사용되는 기계 전체를 운용 및 관리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연장에서 기계감독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대에서 기계 파트는 일반 관객들에게 되게 생소할 수도 있다. 관객들은 보통 무대 위 모습만 보고 있어서, 어떤 장치들이 무대에 있는지 잘 모를 수 있다. 또 ‘공연장에 기계가 작동할 일이 있나?’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데 공연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계들이 있고, 또 그 기계를 사용할 일이 굉장히 많다.   

무대기계는 크게 상부기계, 하부기계로 나뉜다. 상부기계는 공연장 건물 가장 상층부에 설치되어 무대에서 사용되는 막이나 세트들을 매달아서 전환하는 기계들을 말하고, 하부 기계는 무대 아래쪽에 설치된 기계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지난 경기필 오페라 공연 때 사용한 오케스트라 피트가 대표적인 하부기계다. 기계 감독은 그 기계들을 움직이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기계감독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

우선 무대라는 공간이 낯설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덕분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오래 배울 수 있었고, 콩쿠르에도 나간 적이 있다. 또 대학교에서는 밴드활동을 하다보니, 공연장은 익숙한 곳이었다. 그러던 중 공연장에서 기계를 쓰고 운용을 하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경기아트센터 와서 기계 파트에 와서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덧붙이자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학이나 기계에도 관심이 많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도 물리학이나 지구과학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정말 과거에는 음악을 하셨던 분들이 철학도 하고, 과학도 하고, 의학도 다루고 했는데, 그런 맥락인 것 같다. 


-경기아트센터가 첫 직장인가?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첫 직장으로 두산중공업에서 일했었다. 인도에 나가서 발전소를 짓는 파트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음악이 그립고, 무대에 대한 것들이 그리웠다. 사실 워낙 그런 장소들은 척박하다. 발전소를 짓는 곳들이 위험한 곳이라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이기도 하고. 물론 공연장에서 일하는 게 힘들 때도 많지만, 그런 것을 상쇄할 정도로 공연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공연이 성황리에 끝났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다.

-기계 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우선은 안전이다. 공연이 셋업(준비과정)되고, 리허설이 진행되고, 또 철거까지 긴장을 늦출 수 있는 순간이 거의 없다. 버튼 하나 누르는 게 곧바로 안전과 직결된다. 예를 들면 위에서 내려오는 세트와 옆에서 들어오는 세트가 동선이 겹치면 위험한 순간이 생긴다. 특히 무대 뒤는 어두운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적외선 카메라도 그래서 달려 있다.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특히 공연의 환영성을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세트의 모습들이 바로바로 바뀌어야 관객들이 그에 대한 환상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전환을 하면서도, 동시에 안전을 책임진다. 어떻게 해야 장면을 더 멋지게 전환할 수 있는지 늘 고민하고 공부한다.  

-기계감독이라는 직업이 필요로 하는 자질은?

‘부지런히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위험요소가 있다는 걸 사전에 빠르게 탐지할 수 있는 감이 필요하다. ‘저건 내가 한번 체크를 해야겠다.’ 라는 기분이 들 때 가 있다. 또 그런 경우에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작품이 외부 투어를 돌다 보면, 세트가 고정이 되어 있지 않거나,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지속적인 체크가 필요하다. 무대 전환 때 세트들도 계속 충격을 받기 때문에 충분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안전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 늘 무전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무대감독 신호에 따라서 기계를 작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무대감독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있어야 한다. 특히 무대감독은 기계파트에만 신호를 주는 게 아니고 조명이나 다른 파트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신호를 주기 때문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집중해야 한다. 최근에 진행한 뮤지컬 ‘레베카’는 받아야 하는 신호가 90개 정도 되는데, 정말 잘 듣고 꼼꼼한 성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계역학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기계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이 파트를 이해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기계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조금 더 유리했다. 

-기계 파트를 사고없이 수월하게 운용할 수 있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노하우라면 공연 전에 무대감독과 따로 시간을 내서 테크 리허설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잘 작동되던 기계가 오늘은 작동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공연 직전에 무대감독과 둘이 처음부터 쭉 체크를 해본다. 그렇게 처음부터 공연을 상상하며 준비하다보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결국 꼼꼼함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담당했던 공연 중 한번도 실수나 사고가 없었던 것도 그런 습관 덕분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경기아트센터는 리노베이션 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디지털화되어서 여러 가지 기계 동작을 한 버튼으로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거엔 모든 동작마다 버튼을 눌러야 해서 마치 피아노를 치는 것 같았다. 뮤지컬‘그날들’이라는 공연이 있었다. 피아노를 치듯이 상당히 많은 버튼을 눌러야 했는데, 공연이 전부 끝나고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근무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과 힘든 순간은?

공연이 끝나고 박수들이 터져나올 때 정말 만족감이 든다. 또 공연이 재밌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뿌듯하다. 힘든 순간은 이후부터인데, 사실 공연이 다 끝나고 나면, 기계감독은 그 때부터 또 시작이다. 철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관객들이 퇴장 후, 하우스 매니저의 무전인‘모든 관객 분들이 퇴장하셨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다시 작업이 시작된다. 매달려 있던 세트들 정리해서 반출 하고 등등. 그 때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순간이다. 

-시즌제 공연 중 기대할만한 작품은?

대극장에 올라가는 작품 중에 무용단 ‘순수-더 클래식’을 한창 준비 중인데, 기대가 크다. 무용단과 경기필이 동시에 나오는 공연이다. 그런 공연들이 기계감독으로 더 신경 써야 할 것들은 많지만,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올해 시즌제 작품엔 예전에 없었던 조합들이 많아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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